안녕하세요 엄마를 부탁해♥ 입니다.
오늘은
뇌졸중에 관한 책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뷰 2편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병원에 도착해서 퇴원하기 까지
어떤 감정과 아픔을 겪었는지의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1부. 여섯~열하나)
여기서 중요하게 살펴 볼 수 있는 것은
뇌졸중 발병 후 시간흐름에 따른 환자의 상태/마음의 소리
그리고 환자를 돌보는 돌보미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뇌졸중을 겪고 계신분들의 회복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인식전환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참고
빨강글씨 : 환자의 상태, 마음의 소리
파랑글씨 : 의료진, 돌보미의 마음가짐과 행동
여섯, 신경치료실에서
뇌졸중 발병 당일 병원(첫날)
p64
다행히도 위급한 상황을 넘긴 나는 신경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중략)
계속해서 쿡쿡 쑤시는 머리와 오른팔의 느낌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자각도 할 수 없었다.
p65
데이비드 그리어는 친절하고 상냥한 젊은 의사였다. 내가 처한 상황을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고, 바쁜 회진 중에도 내 얼굴 가까이까지 몸을 숙여 조용하게 말을 걸었다. 팔을 잡아주며 괜찮을 거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비록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멍청한 게 아니라 다친 것임을 이해했다. 나를 늘 존중해 주었다.
p66
첫날, 내 상태는 점점 나아졌다.
의사 한명이 물었다.
"미국 대통령이 누구죠?" (중략)
'대통령, 대통령, 대통령이 뭐지? 그게 무슨 뜻이지?'
'미국, 미국, 미국이 뭘까? 대체 무슨 뜻일까?'
결국 나의 뇌는 '대통령'과 '미국'에서 '빌 클린턴'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포기했다.
p68
나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내 모습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정상인처럼 정보를 처리할 줄 몰랐으니까. 하지만 의료진들이 나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모르는 현실을 마주하자 서글퍼 졌다.
p70
뇌졸중이 일어난 그날 오후 내내 잠을 잤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감각기관으로 밀려드는 에너지의 부단한 흐름을 차단할 수 있었다. 눈을 감으면 뇌의 상당 부분이 닫혔다. 빛은 불편했다. 의사들이 내 동공을 확인하려고 밝은 전등을 눈에 갖다 댈 때면 머리가 욱신거렸다. 손등의 전맥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처럼 따끔거렸다.
일곱, 긍정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 부정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
뇌졸중 발병 2일차~3일차
p72
이틑날 이른 아침 내 병력을 확인하러 들어온 의대생이 잠을 깨웠다.(중략)
그날 아침, 나는 병원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환자의 에너지를 보호해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 젊은 여자는 내 상태가 어떻든 상관없이 내게서 원하는 걸 얻으려 했고, 그 대가로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나를 거칠게 대하자 나는 스스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소한 존재로 느껴졌다. 말도 어찌나 빠른지 쉴 새 없이 떠들었고, 귀먹은 사람을 대하듯 고함을 쳐댔다. 나는 그녀의 우둔하고 무지한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p73
나와 교감을 나누고, 부드럽고 적절하게 나를 만져주고, 눈을 마주보며 차분하게 말을 건네면서 에너지를 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었다. 긍정적인 대우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반면 나와 교감하지 않고 기운을 빼는 사람을 대할 때는 그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자신을 보호했다.
p74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확고한 손길로 나를 편안하게 대했다. 조용하게 말했고 내 눈을 마주보았으며 필요하면 말을 반복해 주었다. 한 인간으로서 나를 존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앞으로 좋은 의사가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p75
앤은 내가 멍청한 게 아니라 다쳤을 뿐임을 알았고, 내 신경 회로 가운데 어디가 멀쩡하고 어디가 고장났는지 알아내는 것이 자신의 일임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었다.
p77
하루 종일 간헐적으로 내 몸에 힘이 차올랐다가 바닥나기를 되풀이 했다. 잠을 자면 에너지가 조금 저장되었는데, 움직이면 다시 바닥나버렸다. 그러면 몸이 흐느적거렸다. 다시 잠을 자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에너지가 내 안에 얼마나 남았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했다. 에너지를 보존하는 법과 잠을 자며 보충하는 법을 익혔다.
여덟, 어머니가 오다
발병 4일차~5일차
p78
사흘째 되는 날 아침,(중략)
나는 침묵을 간절히 원했고 감각 자극은 가급적 최소이기를 바랐다.
p80
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비언어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에 초점을 맞췄다. 말을 주고 받을 때 사람들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나 목소리 톤, 몸짓이 내 주의를 끌었다.
p82
넷째날 까지도 뇌가 가급적이면 자극을 피하려 했으므로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냈다. (중략)
내게 수면은 파일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파일을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사무실이 얼마나 뒤죽박죽이 되는지 다들 알 것이다. 뇌도 마찬가지였다. 매 순간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조직하고 처리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p84
닷새째 날에는 나는 수술을 견디는 데 필요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아홉, 수술을 준비하며
발병 6일째~25일째
p86
1996년 12월 15일, 내가 살던 윈체스터 아파트로 돌아왔다. 여기서 채 2주가 남지 않은 수술에 대비해야 했다.
p87
다시 유아기로 돌아가 사실상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할 판이었다. 나는 완전 기본으로 돌아갔다.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 쓰는 법, 퍼즐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신체의 회복 과정은 정상적인 발달 단계와 비슷했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하려는 의지였다. 일단 시도해야 했다.
p88
어머니는 어제는 내가 이것밖에 못했는데 오늘은 이만큼이나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단계로 나갈 때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금세 알아챘다. 어머니는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내게 명쾌하게 설명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 시켰다. (중략)
뇌졸중 환자 중에는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성취에 주목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 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p90
친구들의 방문보다는 내 마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나의 사교 생활을 까다롭게 통제했다.
p94
집에 돌아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집 안을 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뇌졸중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던 허드렛일은 설거지였다. 싱크대 앞에 중심을 잡고 서서 깨지기 쉬운 접시와 위험한 칼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또한 깨끗한 접시를 선반에 차곡차곡 정렬하려면 놀랍게도 계산 능력이 필요했다. 나는 접시를 깨끗이 씻는 일은 해냈다. 하지만 다 씻은 접시들을 작은 선반에 말씀하게 집어넣으려고 계산을 시작하자 아찔하리만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방법을 알아내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p95
읽는 법을 다시 배우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훨씬 힘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전에 읽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읽는다는 개념 자체가 어려웠다.(중략)
나는 이 꼬불꼬불한 그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S를 보여주며 "이것은 S야"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야, 엄마, 그거 ㄴ그냥 꼬불꼬불 쓴 거잖아"
"이 꼬불꼬불한 글자가 S야. '스으으'라고 소리나지"
나는 어머니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냥 꼬불꼬불한 그림일 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p98
어머니가 운동 삼아 나를 데리고 식료품 가게에 갔다. 식료품점은 내게 고통을 주는 환경이었다. 우선 형광등 불빛이 너무 강해서 시선을 계속 아래로 둬야 했다. 둘째, 사방에 진열된 음식 포장지에 적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밀려드는 자극의 홍수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셋째,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감정적으로 힘겨웠다. 다들 내게 장애가 있는 것을 금방 알아보았다. 얼굴 표정이 맹해서 생기가 없었고, 일반 쇼핑객들과 비교해서 동작은 대단히 조심스럽고 느렸다. 심지어 경멸에 찬 표정을 지으며 으르렁대는 사람도 있었다. 주위의 부정적인 기운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가 어려웠다.
열, 개두 수술 하는 날
발병 26일째
p103
1996년 12월 27일 아침6시 수술을 받기 위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p104
수술에서 깨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내 머리의 왼쪽 3분의 1이 말씀하게 면도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귀 앞쪽과 위쪽과 뒤로 각각 8센티미터씩 절개한 흔적이 뒤집한 U자형을 이루었고, 엄청나게 많은 거즈가 덮여 있었다. 그래도 오른쪽 머리카락은 그대로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p104
수술이 끝나고 병원에 닷새동안 머물렀다. 처음 48시간은 아이스팩을 머리에 대달라고 사정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뇌가 불타는 것처럼 화끈거려서 차가운 얼음으로 열기를 가라앉혀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p105
뇌졸중을 겪고도 살아남았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뭉클했다.
▼책_1편 : 뇌졸중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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