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저녁 먹을 시간도 잊은 채 어둑해질 때까지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놀곤 했다.
이때마다 집안일을 도와주던 누나가 학교 운동장까지 찾아와 철봉에 매달려 있는 나를 향해 “한세야 저녁 먹어 ~” 멀리서 소리를 질러댔다.
식구가 많다 보니 끼니때마다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것도 일이었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는 혼자 작은 독상을 받았고.
할머니와 삼촌, 이모, 사촌 동생들과 나, 이렇게 나머지 열한 식구는 두 개의 커다란 상에 둘러앉아 옹기종기 밥을 먹었다.
‘까칠까칠한 보리가 섞인 밥’ (왜 그리 보리밥이 먹기 싫었는지),
‘푸르딩딩하고 풀 죽은 김장김치’ (쓴맛이 꼭 한약 같았다),
‘기름은 떠 있는데 고기는 없고 무만 있는 고깃국’,
‘어쩌다 꽁치가 나오면 사촌 동생들과 싸울까 봐 한 토막씩 배급을 주던 할머니’,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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